지난 글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에 대해서 한국의 전래놀이의 매력을 살펴보았습니다. 2번째 놀이로 등장한 ‘뽑기’, 달고나 게임(Dalgona)를 탐구해 보려고 합니다.
달고나 뽑기, 시작은?
설탕을 녹인 물에 소다를 넣어 부풀리어 과자처럼 먹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전래놀이의 특성은 전해진 것은 확실하지만, 언제 누구에 의해 시작이 되었는가 그 기원을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에 시작된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생각됩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에 미국의 지원 물자로 받은 설탕을 먹기 위해 설탕을 가열해 녹이어 베이킹 소다를 넣고 부풀려서 과자처럼 먹기 시작한 것이 기원이라는 것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설탕을 녹여 소다를 넣은 과자 같은 음식이 ‘뽑기’라는 명칭을 얻게 된 것은 단단하게 굳어지기 전에 눌러서, 일본의 화과자인 센베이과자처럼 먹기 시작했고, 별, 우산, 세모, 동그라미 등의 무늬를 넣어 재밌게 먹으면서 시작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뽑기 놀이의 규칙과 의미
뽑기는 무늬가 새겨진 이 설탕 과자를 모양 그대로 떼어내는 것이 규칙입니다. 1980년대에 전국의 초등학교 문방구에서 이 뽑기 놀이가 유행을 했습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50원 정도의 금액이었던 것 같구요, 동그라미, 세모, 네모, 별, 우산 등의 뽑기가 무작위로 나왔습니다. 이 뽑기를 잘 떼어내면 설탕으로만든 잉어모양, 우주선 모양, 로봇 모양 등 다양한 모양의 과자를 얻게 되었습니다. 오징어게임에서처럼 햝아서 뽑기를 떼어내는 것은 반칙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래서 세모 모양이 나와도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놀이로 기억되네요.
하지만, 이 설탕을 녹여 소다를 넣고 철판으로 눌른 뽑기는 맛있어서 초등학생 고학년이 되었을때에는 연탄난로에 국자를 사용해서 설탕을 녹이고 소다를 부어서 집에서 만들어 먹었던 추억도 있습니다. 한국의 80년대에도 지금처럼 과자가 다양하지 않아서 이 설탕 과자인 ‘뽑기’가 인기가 많았어요. 1950년대 전쟁 직후에는 당연히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설탕 과자가 ‘뽑기’가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한국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신나고 재밌는 일들이 많습니다. 한국의 역사적인 상황과 인구가 많기에 무엇을 해도 경쟁에 지칠 수 있지만, 어디에든 사람이 많아 즐겁게 지내고자 하는 일들도 많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뽑기’는 수많은 아이들이 경쟁을 해서 모양 그대로 필요 없는 부분을 떼어내어야 승자가 됩니다. 경쟁적인 요소도 있고 거대한 설탕 과자를 먹을 수 있는 행운도 따라오지만, ‘뽑기’ 그 자체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죠

오징어 게임에서 뽑기
추억의 놀이, 달고나 뽑기가 서바이벌 게임으로 등장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뽑기를 떼어내다가 금이 가면 죽는 놀이라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할 것입니다. 이 서바이벌 게임을 456번 우리의 주인공 기훈은 햝아먹는 방법으로 극복해냅니다. 오징어게임에서 생존자들에게 반칙은 없거든요. 어떻게든 게임을 통과하면 되는 것이죠. 실제에서는 반칙이지만, 오징어게임에서는 뽑기를 햝아먹는 방법으로 극복해 내는데, 이렇게 혀를 사용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무례하거나 비굴한 방법으로 인식되는 상황이 적지 않습니다. 양반사회를 겪으면서 양반과 종의 행동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요플레를 먹을때 비닐에 뭍어있는 요플레를 먹기에는 혀로 햝아 먹는 것이 편리합니다. 어렸을때 이렇게 먹다가 부모님에게 몹시 혼난 일이 있거든요. 혀로 먹는 것은 강아지가 그렇게 행동하고 사람은, 양반이라면 종들처럼 행동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당시 부모님들의 아이들 사랑 방법이었습니다.
즉, 기훈은 체면이고 뭐고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려운 처지에 신사처럼 행동할 수 없고, 비굴하게 보이더라도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죠.
현재는 한국에서 이렇게 햝아먹는 것이 크게 문제되는 행동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르신과 중요한 분들과의 미팅, 회의자리라면 이러한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신사다운 행동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Anyway
오징어게임에서 두번째 놀이로 등장한 ‘뽑기’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뽑기’ 놀이 하나로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를 헤아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수도 있겠지요. 3편에서는 줄다리기 놀이를 보다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징어게임 시즌2를 기다리며…